170개 넘게 만들고 아무에게도 안 알렸습니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다시 안 오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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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구의 인디웨이, 성구입니다.
8월 정산을 하다가 프로덕트에서 들어온 돈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뭘 만들었는지 세어봤습니다.
크고 작은 프로덕트가 170개 넘었고, 제일 공들인 Micro SaaS는 유료 결제가 0건이었습니다.
170개 넘게 만들었습니다

- 웹 서비스 100개 이상
- 앱인토스 미니앱 50개 이상
- Micro SaaS 7개 이상
- 앱 5개 이상
- AI 사주 서비스 1개
계산기나 미니게임처럼 페이지 하나로 끝나는 것부터, 독서를 기록하는 북로그나 카드뉴스를 만드는 콘텐츠로그 같은 Micro SaaS까지 있습니다. 물론 배포 전이거나 베타인 것도 섞여 있어요. 전부 살아서 굴러가는 건 아닙니다.
수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앱인토스 미니앱은 광고랑 인앱 결제로 매달 들어옵니다. 제일 많을 때가 월 40만 원쯤이었어요. 챌린지에서 상금 50만 원을 받은 적도 있고요. '졸린 돌멩이'라는 미니앱으로 3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매달 들어오던 그 돈이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계속 떨어지는 중입니다. 이번 달 초에 왜 그런지 들여다봤는데, 사람이 덜 와서가 아니라 노출당 수익이 떨어진 거더라고요.
수익으로만 보면 8월은 올해 제일 많이 번 달이었습니다. 세 번째 책이 나왔고, 기업 교육이랑 전국대회 심사위원 일도 마무리했습니다. 다만 그 돈이 전부 강의랑 인세에서 왔어요. 프로덕트로 번 돈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공들인 Micro SaaS는 2년 동안 유료 구독 결제가 0건입니다.
다시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 말에 퍼널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봤습니다.
북로그 기준으로 한 달 동안 700명 넘게 들어왔고, 그중 500명 남짓이 소개 페이지를 봤고, 120명쯤이 가입 페이지까지 왔고, 16명이 결제 페이지를 봤고, 3명이 플랜을 눌렀습니다. 결제는 0건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결제에서 막히는구나 싶죠.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생각이 바뀐 건 옆 숫자를 보고 나서였어요. 북로그에 가입한 사람은 누적 1,4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들어온 사람은 25명이에요. 2%가 안 됩니다.
결제 페이지까지 온 16명도 결국 다시 들어온 쪽에서 나옵니다. 매주 돌아오는 사람이 25명뿐이면 결제가 생길 자리 자체가 없습니다.
제 문제는 사람을 못 데려온 게 아니라, 온 사람을 못 잡은 거였습니다.
이걸 정리하고 나서야 제가 마케팅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던 게 사실 세 가지 다른 일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 만들기 - 2년 넘게 했습니다. 170개 넘게요
- 알리기 - 거의 안 했어요. 8월 한 달 홍보 활동 기록이 0건입니다
- 붙잡기 - 아예 없습니다. 1,400명 중 25명만 돌아와요
결제가 0인 걸 결제 문제로 봤으면, 저는 지금쯤 결제창을 고치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어요

손 놓고 있진 않았습니다. 정리해보면 이런 걸 했어요.
- 가입하면 환영 메일이 가도록 Resend를 붙였습니다
- 피드백이 오면 빨리 고치고 메일로 답변을 드렸습니다
- 검색으로 사람이 들어오라고 무료 도구를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 하나씩 열어보니 이렇더라고요.
환영 메일은 붙여만 뒀지 한 통도 안 나가고 있었습니다. API 키를 안 넣어둬서 발송이 조용히 넘어가고 있었어요. 사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귀찮아서 키 넣는 걸 미루고 있었어요. 에러도 로그도 안 남는 구조라 몇 달을 몰랐어요.
문의 답변은 더 민망했어요. 답장을 쓰면 관리자 화면에는 '답변 완료'로 찍히는데 메일은 안 나갔습니다. 저는 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고객은 못 받은 거죠. 빨리 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건데 정작 그게 안 닿고 있었어요.
무료 도구는 사람을 데려오긴 했습니다. 한 달에 90번쯤 열렸는데 열 번 중 아홉 번이 독서 시간 계산기 하나였어요. 검색으로 들어와서 계산기 한 번 쓰고 나갑니다. 거기서 프로덕트로 넘어가는 다리를 제가 안 만들어뒀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셋 중 하나만 고쳤습니다. 환영 메일은 이제 제대로 나갑니다. 이미 가입하신 분들껜 몇 달이나 지난 환영 메일을 뒤늦게 보내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아서 안 보내기로 했고요. 문의 답변 메일은 제대로 고칠 때까지 아예 꺼둔 상태고, 무료 도구에서 프로덕트로 가는 다리는 9월 과제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고치다 보니 공통점이 하나 보이더라고요.
제가 마케팅이라고 한 것들이 전부 만들기였어요. 메일 기능을 만들고, 도구를 만들고, 답변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만들어놓고 그게 실제로 사람한테 닿는지는 안 봤습니다.
만드는 일에는 끝이 있고 알리는 일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럼 왜 전부 만들기가 됐냐면요.
얼마 전 사이트에 쓴 글에서 데드라인 없는 일은 늘 뒤로 밀린다고 했는데, 같은 게 여기서도 걸리더라고요.
만드는 일은 오늘 뭘 할지가 분명합니다. 이 화면 만들고, 이 버그 고치고, 배포하면 끝이에요. 끝이 보이고, 끝냈다는 감각도 남습니다.
알리는 일은 오늘 뭘 해야 하는지부터 애매합니다. 글 하나 쓴다고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니고, 왔는지 안 왔는지도 며칠 뒤에나 알아요. 끝이라는 게 없습니다.
사실 무섭기도 했어요. 만드는 일은 잘 안 돼도 저만 알면 됩니다. 알리는 일은 남 앞에 내놓는 일이라 반응이 없으면 그게 그대로 보여요. 안 만든 게 아니라 안 알린 거라고 인정하는 것보다, 하나 더 만드는 쪽이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만드는 쪽으로 도망쳤어요. 만들고 있으면 일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저만 이런 건 아닌 것 같기는 해요. RevenueCat이 올해 낸 구독 앱 리포트를 보면, AI가 붙은 앱은 1년 뒤에 열에 둘만 살아남습니다. AI가 안 붙은 앱은 열에 셋이 남고요.
재밌는 건 무료 체험을 유료로 바꾸는 건 AI 앱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겁니다. 끌어오는 건 잘하는데 1년을 못 버티는 거죠. 저만 붙잡기에서 막힌 게 아니었습니다.
만드는 속도는 이미 충분히 빨라졌습니다. 저는 그 빨라진 속도로 계속 만들기만 했습니다.
개발자가 프로덕트로 돈 벌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아요.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만들기로 도망칠 수 있거든요. 제일 잘하는 일이고, 제일 쉬운 일이니까요. 계속 도망칠 데가 있었습니다.
게으름이 아니라 구조였어요. 제가 바꿔야 할 건 마음가짐이 아니라 무엇으로 저를 판정하느냐였습니다.
9월에는 마케팅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9월은 만드는 것보다 알리는 쪽에 무게를 두려고 합니다. 목표는 하나예요. 2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Micro SaaS 첫 결제를 받아보는 것.
이런 것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 만들어둔 Micro SaaS를 실제로 쓸 만한 수준까지 올리기
- 앱스토어 출시 시작하기
- 계산기와 미니게임 사이트에 광고 붙이기
- AI 사주 서비스 알리기
넷 다 하고 싶지만, 한꺼번에 벌이면 뭐가 통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배운 게 있죠. 결제는 결제창을 고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사람이 있어야 그 안에서 결제가 나와요. 그래서 목표는 첫 결제로 두되, 9월 내내 들여다볼 숫자는 따로 정했습니다. 다시 오는 사람이 늘었느냐.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들어오는 사람이 7월 중순엔 200명이 넘었는데 한 달 만에 25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빠진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깎였고, 지금도 그 언저리예요. 9월이 끝날 때 이 숫자가 늘어 있으면 제가 맞은 거고, 그대로면 제가 틀린 겁니다.
위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에도 만드는 일이 섞여 있습니다. 만들기를 끊겠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번엔 만든 개수가 아니라 저 숫자가 저를 판정하게 두려고요.
책도 9월엔 마케팅 쪽으로 읽어보려고요. 만드는 법은 오래 배웠는데 알리는 법은 배운 적이 없더라고요.
2월에 만드는 건 쉬워졌다, 진짜 어려운 건 그다음이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때는 시대가 그렇다는 얘기였는데, 6개월 지나서 제 숫자로 확인하게 됐네요.
만들기와 알리기와 붙잡기는 서로 다른 일입니다.
10월 초에 9월 숫자가 어떻게 됐는지 적을게요. 안 됐으면 안 됐다고 쓰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한 자료
- RevenueCat, State of Subscription Apps 2026 - 앱 11만 5천여 개와 거래 10억 건 이상을 모아 만든 구독 앱 리포트입니다.